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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일기

지옥 같았던 이틀

by 송나리 2019. 11. 13.

어머니께서 오후에 퇴원하셨다. 이틀 후에 병원에 예약을 잡고 퇴원하셨다. 응급실에 20시간 정도 있었는데 병원비로 17만원 정도 나왔다. 해결된 건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먼데 어떡하지. 힘들다. 

어머니께서 퇴원하고 오셔서 조금 쉬다가 깍두기를 다시 담으셨다. 내가 어제 새벽까지 잘려 큰 바구니에 있던 것들을 모두 다 큰 위생 봉투 6개에 나눠 담아놨는데 그걸 다시 담으셨다. 내가 도와드렸다면 좋았으련만, 그 당시에는 깍두기 담그는 것만 봤는데도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어머니께서 응급실을 가게 된 원인 ... 하 ...) 그래서 도와드리지는 못했다. 새벽에 위생 봉투에 담아서 바로 버렸어야 하는데라는 생각만 했다. 

어떡하지. 내가 너무 힘들다. 이제 내가 힘들다. 스트레스가 한계다. 스트레스가 한계에 다다르면 '괜찮아.'하면서 날 제어하는 게 고작이다. 이게 나아질까?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집과 좀 거리를 둬야 될 것 같다.(환경을 바꿔야 해!!) 근데 그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어머니와 형이 집 때문에 다퉜고, 아버지는 무슨 과거의 일 때문에 한 번씩 계속 안 좋은 행동을 하시면서 어머니를 힘들게 하신다. 아버지는 거의 정기적인 문제라서 만성이 된 듯하다. 병원에 가시라고 해도 본인은 정상이라고(원래 술 취한 사람들이 본인 안 취했다고 하듯이) 어느 정상인이 지금 10년도 넘은 일을 가지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그 사람들을 고발하고 복수한다고 소리친단 말인가. 정작 집안에서 소리만 칠 뿐 행동은 하나도 하지 못하면서 ... 아무리 좋게 생각을 하려고 해도 아버지는 반면교사 외엔 더는 내가 장점을 찾을 수가 없다. 반면교사가 장점인지는 모르겠다만. 

형과 어머니 중재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중간에서 서로 의견을 들어보고, 아버지도 약간 그렇게 끼어들고, 여기서 예전에는 형수와 어머니 문제까지 내가 중간에 꼈었다. 중간, 중간, 중간 ... 그러다 보니 뭔가 더는 힘든 것 같다. 같은 스트레스를 계속 받으니 방어 기제가 발동하는 걸까. 비슷한 문제가 생기면 지금은 머리에서 심한 두통이 오고 과부하가 걸린다. 과부하만 걸리면 괜찮은데 과부하가 걸리면 안 좋은 생각을 하게 되니 그게 문제다. 그래서 그럴 땐 나 자신을 통제하는 것도 벅차다. 물론, 우리 집보다도 더 힘든 가정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 집에는 반려견이 있으니까. 정상인 생명인 강아지뿐이다. 너무 힘들 때 꼬옥 안고 있으면 얼마나 위안이 되고 마음이 평온해지는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우리 집에 하나 있는 천사 같은 존재다. 마치 신께서 우리집에 보내주신 작은 천사 같다. 

대충 이게 우리 집 상황이다. 어제 응급실에 다녀온 뒤로 일기장에 한 번 상황을 적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집을 둘러싼 형과 어머니의 갈등, 아버지의 정기적인 분노(?). 둘 다 해결책은 있는데 그 해결책을 적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여기까지만 하자. 혹시라도 이 상황에서 더 변화가 생긴다면 그때 다시 일기장에 적겠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을 읽고 있다. 이게 무슨 참 기막힌 우연일까. 대여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 예전에 내가 시립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한 것이 구매되어 지금 읽고 있다. 지금 4회독 중인데 (나는 인문서적은 7회독을 기본으로 한다) 좋은 내용이다. 내 상황과 비교해보면 참 좋은 내용인데 이걸 내가 우리 집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모르겠다. 솔선수범? 그건 할 수 있으니 그거라도 해야겠다. 

오늘 하루 중 내가 가장 기뻤던 순간은 비비고 왕교자 만두를 에어프라이어기에 튀겨서 밥과 같이 먹었던 순간이다. 그때는 잠시 천국을 맛본 듯하다. 그래도 이렇게 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만두와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가. 나는 그래도 행복한 편이다. 이 기쁨을 누리게 해준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상품을 싸게 팔아준 지마켓 빅스마일데이 관계자들, 그리고 물건을 제대로 배달해준 택배업체 분들께 감사하다. 내일도 아마 만두를 먹을 것 같은데 그때는 감사한 분들께 잠시 속으로 '감사합니다'라는 생각을 하고 먹어야겠다. 

잠깐 배가 너무 고파서 초콜릿을 먹고 왔다. Only Price 다크 초콜릿을 3개 사놨는데 좋다. 다 먹으면 다음에는 5개 정도 사 놓을까 한다. 최소한 이 초콜릿에는 식물성유지는 없다. 한국인 입맛에 맛는다는 멍멍이 소리를 하면서 첨가한 식물성유지는 최소한 이 초콜릿에는 없다. 성분표시 없으니 없는 게 맞겠지. (설탕, 코코아메스, 코코아버터, 유지방, 레시틴, 천연향료(바닐라향), 우유) 초콜릿이 나에게 오기까지 거쳤던 많은 분께 감사드린다. 

그래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글을 마치니 기분이 나진 것 같다. 앞으로 일기를 쓸 때 마지막은 최소한 1개 정도 감사하는 글을 쓰려고 한다. 그래도 책을 읽으면 거기서 배우는 것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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