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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덩이들~/나리야~ (~ 161130, 요크셔테리어)

나리야

by 송나리 2017. 2. 5.

우리 나리.

너무 보고 싶은 우리 나리.

산책도 별로 못시켜줘서 너무 미안한 우리 나리.

그럼에도 말짓도 안 하고 너무 순하게 살았던 우리 나리.

그저 안아만줘도 좋아했던 우리 나리.

개에 대한 모든 생각을 바꿔준 우리 나리.

이제는 보고 싶어도 안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우리 나리.

부드러움이 힘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걸 알려준 우리 나리.

지옥같았던 10년동안 그나마 나에게 따뜻함을 느끼게 해줬던 우리 나리.

 

나리야.

오빠가 죽었을 때 울지도 않고 무덤덤하게 대해서 많이 서운했니?

사실은 말야.

지금도 네가 죽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단다.

너를 직접 내가 묻고 왔는데 아직도 네가 죽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단다.

그래서 그렇게 무덤덤했나봐.

지금도 그래.

신이 나에게 세상에서 단 하나만 택하라고 한다면 너를 택할거야.

부모님과 가족에게는 미안하지만, 단 하나만 택하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너를 택할거야.

앞으로 너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존재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심한 우울증으로 너에게 못되게 굴었어도 어김없이 먼저 다가와줬던 너를 아마 난 절대 잊지 못 할거야.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너에게 좀 더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근데 오빠가 아직도 그런 생활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어떻하니 ...

이렇게 인터넷 상으로나마 네가 이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걸 알리는게 고작인 나를 용서해주렴.

앞으로 내가 이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그건 다 너를 만났기 때문일거야.

앞으로 내가 다른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할 수 있다면 그건 다 너에게서 배웠기 때문일거야.

오빠가 앞으로 계속 너에 대한 기억들, 추억에 대해서 무덤덤하게 행동한다면 그것도 이해해주렴.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단지 아직도 네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서 그러는 거니까.

나리야 네가 죽은 이후로 내 마음속에는 하나의 빗장이 쳐진 것 같아.

어느 누구도 절대 들어와서도 안되고, 들어놓지도 않을 소중한 곳을 지키는 빗장이 말야.

지금도 종종 너에 대한 이야기나 사실을 말하면 나도 모르게 귀를 닫아버린단다.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거든.

비록 나는 이러지만, 너는 부디 좋은 곳에 가서 다음에는 훨씬 더 나은 존재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인간보다 훨씬 더 나은 존재로, 인간따위는 범접할 수 없는 그런 존재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곳에서 네가 여기서 하지 못했던 모든 일을 다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나 내 옆에 있어준 나리야.

지금도 무척 네가 보고 싶단다.

보고 싶어서 많이 힘들어.

마음껏 울지도 못하는 인간이 돼버려서 그것도 많이 힘들어.

그냥 힘들다.

그래도 너는 모든 걸 잊고 좋은 곳에서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

너무나 착하고 순했던 나리야.

정말 많이 사랑해. 

내가 죽을 때까지 너에게 받은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잊지 못할거야.

언젠가 나도 네 죽음을 받아들이고 펑펑 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리야 정말 많이 사랑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