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치 않게 퓨전 음식을 먹는 듯한 기분이다. 맛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맛없지도 않은, 남들에게 선뜻 권할 만한 음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쓰레기 같지도 않다. 중간마다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지만, 또 '이게 뭐지?'라는 호기심이 들어 끝까지 맛보고 싶은 그런 음식 같다. 한마디로, 한 번은 먹어볼 만한 음식 같은 책이다.
'드래곤 라자'를 재밌게 읽어서 약간의 기대를 하고 책을 읽었다. '드래곤 라자'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엘프? '드래곤 라자'를 읽은 지 오래 되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관련성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내용에 관해 조금이라도 언급하면 이 책은 스포일러가 될 것 같다. 그래도 궁금하다면 나무위키를 참조하자. 그저 약간은 견디면서 보면 그래도 봐줄 만한 책이다. 책 자체가 줄 간격이 넓고 그래서 한 페이지당 글자가 많지 않아서 읽기 힘든 건 아니다. 다만, 읽다 보면 '뭐야 이게?', '아니 뭐 이런 ...' 혼잣말이 종종 나온다. 그래서 책을 덮어버리고,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한번 읽어보고 이런 게 한 절반을 2/3을 읽을 때까지 반복된다. 아마, 너무 오래 책상에 앉아서 독서를 하면 독자가 힘들다는 걸 알고 있는 작가의 배려가 아닐까...
그래도 나처럼 '드래곤 라자'의 추억으로 이 책을 읽고자 한다면, 그래도 한 번 쭉 끝까지 읽어보라고 충고하고 싶다. 그만 덮어버리고 싶어도 한 번 쭉 읽어보면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부분은 한 번 읽어서는 잘 흐름이 잡히진 않는다. 근데 두 번을 읽기에는 책이 그만한 매력이 없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초반에 이 책을 읽을 때 받은 느낌이 마치 내가 처음으로 '일리아드'를 읽을 때 받은 느낌과 비슷했다. '이걸 계속 읽어야 하나 ... ' ('일리아드'를 처음 읽을 때 한 번 읽는 데 거의 한 달이 걸렸다)
각기 다른 나라 음식을 어떤 요리사가 처음으로 조합해서 퓨전 음식을 내놓았을 때 맛보다는 그 도전 정신에 점수를 많이 주지 않는가. 이 책을 읽고 난 후 내 감상이 그와 비슷하다. 작가의 도전 정신에 점수를 주고 싶다.
p.s. 책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이 책 구성이 조금씩 뭔가를 알려주면서 내용을 전개하기 때문이다. 작은 원에서 큰 원으로 확장되는 듯하게 책을 구성해놔서 내가 뭔가를 언급해버리면 이 책의 매력이 확 떨어진다. 그래서 내 느낌과 비교를 위주로 글을 썼다. (그래도 궁금하다면 정보는 나무위키에서 ... 추천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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