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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 지각은 없다./1. 독서 (독후감을 안 쓰면 책을 읽은 것이 아니다.)

12. 그림자 자국 -이영도-

by 송나리 2020. 1. 15.


의도치 않게 퓨전 음식을 먹는 듯한 기분이다. 맛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맛없지도 않은, 남들에게 선뜻 권할 만한 음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쓰레기 같지도 않다. 중간마다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지만, 또 '이게 뭐지?'라는 호기심이 들어 끝까지 맛보고 싶은 그런 음식 같다. 한마디로, 한 번은 먹어볼 만한 음식 같은 책이다. 

'드래곤 라자'를 재밌게 읽어서 약간의 기대를 하고 책을 읽었다. '드래곤 라자'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엘프? '드래곤 라자'를 읽은 지 오래 되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관련성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내용에 관해 조금이라도 언급하면 이 책은 스포일러가 될 것 같다. 그래도 궁금하다면 나무위키를 참조하자. 그저 약간은 견디면서 보면 그래도 봐줄 만한 책이다. 책 자체가 줄 간격이 넓고 그래서 한 페이지당 글자가 많지 않아서 읽기 힘든 건 아니다. 다만, 읽다 보면 '뭐야 이게?', '아니 뭐 이런 ...' 혼잣말이 종종 나온다. 그래서 책을 덮어버리고,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한번 읽어보고 이런 게 한 절반을 2/3을 읽을 때까지 반복된다. 아마, 너무 오래 책상에 앉아서 독서를 하면 독자가 힘들다는 걸 알고 있는 작가의 배려가 아닐까... 

그래도 나처럼 '드래곤 라자'의 추억으로 이 책을 읽고자 한다면, 그래도 한 번 쭉 끝까지 읽어보라고 충고하고 싶다. 그만 덮어버리고 싶어도 한 번 쭉 읽어보면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부분은 한 번 읽어서는 잘 흐름이 잡히진 않는다. 근데 두 번을 읽기에는 책이 그만한 매력이 없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초반에 이 책을 읽을 때 받은 느낌이 마치 내가 처음으로 '일리아드'를 읽을 때 받은 느낌과 비슷했다. '이걸 계속 읽어야 하나 ... ' ('일리아드'를 처음 읽을 때 한 번 읽는 데 거의 한 달이 걸렸다) 

각기 다른 나라 음식을 어떤 요리사가 처음으로 조합해서 퓨전 음식을 내놓았을 때 맛보다는 그 도전 정신에 점수를 많이 주지 않는가. 이 책을 읽고 난 후 내 감상이 그와 비슷하다. 작가의 도전 정신에 점수를 주고 싶다.  


p.s. 책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이 책 구성이 조금씩 뭔가를 알려주면서 내용을 전개하기 때문이다. 작은 원에서 큰 원으로 확장되는 듯하게 책을 구성해놔서 내가 뭔가를 언급해버리면 이 책의 매력이 확 떨어진다. 그래서 내 느낌과 비교를 위주로 글을 썼다. (그래도 궁금하다면 정보는 나무위키에서 ... 추천하진 않는다)